[이론] 카타(形)에 대하여



카라테지식

  

[이론] 카타(形)에 대하여

연맹사무처 0 37 03.20 11:38
투로(套路)는 중국권법 특유의 것이다. 중국권법에서 카라테가 나왔고 카라테에서 태권도가 나왔으니 부르는 명칭이 투로든 카타든 품새이든 그 근원은 중국권법적 요소가 있는 것이다.

유도와 검도에도 카타에 해당하는 본(本)라는 게 있고 아이키도(合氣道)에도 교(敎)란 게 있지만 정해진 동선(動線)을 따라 혼자 허공을 치는 형태로 그렇게 체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수련되지는 않는다. 같은 동양권 무술인 태국의 무에 타이나 미얀마의 띠네 같은 무술에서는 투로란 게 없다.

투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한 스승이 여러 명의 제자를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라느니, 스승 없이 혼자서 독련(獨鍊)하기 위해서라느니 혹은 기록으로 남기기 쉽게 하기 위함이라느니 말들이 많지만 모두가 추측일 뿐이다. 그냥 선인들이 했던 대로, 생각 없이 가르쳐 주는 대로 익혔을 뿐이며 이러한 의문이 생긴 것도 꽤 최근의 일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유가 어떻든 투로는 수련의 한 과정이며 수단이며 방법론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간혹 투로가 수련의 목적이 된 유파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카라테에는 약 80여 수의 카타가 알려져 있으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약 50여 수이고 그 나머지는 실전된 것으로 보인다. 카라테의 카타는 중국권법의 투로에 비해 간결하고 동작이 요연하며 엠부센(演武線, 연무선)이 좌우 대칭으로 되어 있어 항상 출발선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 많은 가타의 창안자가 누구인지는 비교적 근래에 만들어진 몇 수를 제외하고는 명확히 기록된 바 없다. 누가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구전된 것이며 추측일 뿐이다. 중국에서 직수입된 것도 많다. 전수 과정에서 약간씩의 변형이 일어나서 같은 카타에 몇 가지 버전이 생기기도 하였다.

대칭형의 연무선으로 부드럽게 진행되던 카타가 갑자기 연무선이 비대칭으로 바뀌고 날카로운 동작으로 바뀐다면 누군가가 한 카타의 끝에 다른 동작을 첨가하여 편집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 해지는 것이다.

카타의 명칭과 한자표기 방법도 모두 수수께끼 같다. 실제로 창안자가 그 가타에서 나타내려 한 혹은 강조하려 한 사상과 기법이 그 가타의 한자 표기의 뜻과 일치하는지도 의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냥 음(音)으로만 구전되어 온 오키나와 말의 명칭을 한자로 표기하려다 보니 그 음역이 비슷한 한자어를 억지로 골라 쓰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같은 카타의 한자 표기도 여럿 생긴 것으로 보인다. 최홍희가 태껸과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옥편 보고 고르다 보니 태권이라는 뜻도 안 맞는 이상한 이름이 생긴 것처럼…….

오키나와어로 지어진 카타의 이름은 후나고시 기친이 후에 일본에서 카라테를 보급하면서 대거 일본식 발음, 혹은 일본식 정서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개칭된다. 아마 당시 유도와 검도에 밀려 2류 무술로 취급받았던 카라테를 보급하는데 일본인이 경멸한 식민지 오키나와의 색채를 탈피하고자 한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마치 군국주의 일본에서 카라테의 한자 표기를 적국인 중국을 연상시키는 당수(카라테, 唐手)에서 공수(카라테, 空手)로 바꾼 것처럼. 대표적인 카타 몇 가지를 살펴보면,


쿠샹쿠(공상군, 公相君)

일본에서는 고쇼쿤이라고 하며 공상군 본인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그 제자인 사쿠가와가 창안했다는 설도 있으나 사쿠가와가 제자들에게 이것을 가르친 건 확실해 보이며 따라서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카타이다. 평안형의 원형이 된 카타로서 대단히 역동적이고 점프 동작까지 포함된 이 가타는 카라테 기술의 데이터베이스라고 할 만큼 많은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후나고시 기친(船越義珍)이 일본에서 칸쿠(觀空, 관공)형으로 개칭하나 아직 고쇼쿤이라고 부르는 유파도 많다. 다이(大), 쇼(小), 마부니 겐와가 변형한 사방공상군, 야라공상군 등의 버전이 있다.

이 가타의 최초 자세, 즉 마주 댄 두 손 사이로 보이는 태양의 모습이 현재 극진회의 심벌마크가 되었으며 태권도의 1단형인 고려 품새도 이 형상을 차용하고 있다.


파싸이 (발새, 拔塞)

일본에서는 밧싸이로 부르며 한자 표기도 발새(拔塞), 발채(拔寨), 발채(拔砦), 파새(破塞)등 여러 가지로 쓰인다. 어느 경우든 요새를 뽑아 엎어 버린다는 강력한 이름의 카타이다. 사쿠가와 간가가 창안했다는 자료도 있지만 확실한 건 아니다. 다이(大), 쇼(小), 도마리 파싸이, 오야도마리 파싸이 마쓰무라 파싸이 등의 버전이 존재한다. 왼 손으로 오른 손 주먹을 포개는 최초 동작에서 중국의 포권(包拳=주먹을 감싸는 중국식 예법)과 관련짓는 사람도 있다.


나이판친(내보진, 內步進)

흔히 나이한치로 불리며 한자표기도 내보진 외에 내반전(內畔戰)으로도 쓰인다. 벽을 등진 상황에서 다수의 무리와 싸우는 것을 상정한 카타이며 한 일자(一字)의 연무선을 따라 수기(手技)와 엘보 공격으로 구성된 긴 카타이다. 후에 카라테가 학교체육화 되었을 때 이토스 야스쯔네(絲洲安恒)가 이 카타가 너무 길고 어려워 많은 학생들에게 지도함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1, 2, 3단으로 짧게 잘라 수련정도에 따라 학습하게 했다고 한다.

나이한치는 후에 후나고시에 의해 테키(철기, 鐵騎)로 개칭되지만 많은 유파에서 나이한치 그대로 부르고 있다. 대부분 유파에서 오른쪽 연무선을 먼저 밟지만 왼쪽부터 시작하는 유파도 있다.

태권도의 4단 형인 평원 품새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타이교쿠(태극, 太極)

후나고시 기찐이 나이어린 초보자를 위해 만들었다. 기본동작을 연결하여 이동하면서 수련하여 학습자가 흥미를 갖고 수련을 하도록 고안한 것이다. 태권도의 태극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참고로 태권도의 태극 품새는 1972년 지금 태권도계에서 원로로 대접 받고 있는 인사들이 서울의 한 도장에서 4일 동안 초고속으로 8개의 형을 만들어 종래의 팔괘 형을 대체하였다. 8개형의 제정을 중복, 누락이 없이 그것도 체계를 제대로 갖춰 순식간에 해치웠으니 천재적이다.

태권도에선 창작 품새 경연대회란 것도 있으니 아무나 카타를 만들어도 괜찮은 모양이다. 중국 권법에서는 선대의 투로를 바꾸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이를 재해석하는 것까지 이단으로 취급되고 있다. 품세(品勢)라는 한자어에서 품새(=모양새)라는 순 우리말 용어로 바꾼 것도 그 때 쯤이며 ITF에서는 틀이라고 한다.


피난(평안, 平安)

이토스 야스쯔네가 종래의 카타가 많은 수의 학생들을 대량으로 가르쳐야 하는 학교체육으로는 너무 어렵고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초, 중급자를 위해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공상군과 많은 부분 닮아 있어 피난을 공상군형의 디테일 버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에서는 헤이안으로 발음하며 수련자의 등급에 따라 5단계로 나뉘어 수련하게 한 아주 대중적인 카타이다.

원래 피난 형은 피난2단(좌 상단, 중단 막기로 시작하는)이 1단 (좌 하단 막기로 시작하는) 앞에 오는 순서로 되어 있었으나 후나고시가 1930년대에 현재의 순서로 바꿨다. 그 이유는 피난의 5개형의 철학적 근거가 된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五輪書)에 나타난 땅-물-불-바람-허공의 순서에 맞춘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의 평안1단은 땅의 카타가 되는 셈이다. 피난의 5개 가타의 동작을 오륜서의 각 장(章)과 대비시켜 보면 필자의 눈에도 그럴싸해 보이고 기술의 난이도 면에서도 1단이 쉬워 보이므로 후나고시가 지금의 순서로 바꾼 건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와도류 (和道流), 시도류(絲東流), 고쥬류(剛柔流) 등의 유파에서는 이토스가 만든 순서 그대로 평안2단을 1단으로 부르고 맨 먼저 수련한다.


출처: https://ajurnak.tistory.com/entry/가라데의-기원 [蓮花中君子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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